‘자아의 신화’를 찾아 떠나는 험난한 사막의 여정.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책 리뷰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

너무나 유명해서 오히려 쉽게 손이 가지 않던 고전들이 있다. 1988년에 출간되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 책으로 꼽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역시 내게는 그런 책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내가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걷고 있는지 의심이 들던 어느 날, 우연히 펼치게 된 이 소설은 내게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더 깊고 다정한 위로를 건네주었다.

평범한 양치기 소년 산티아고가 꿈속에서 본 피라미드의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정.

어찌 보면 단순한 동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 사막의 길이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들어 깊이 몰입하게 되었다.

출처: 교보문고

끝없는 방황 끝에 써 내려간 작가의 자전적 고백

이 책이 이토록 묵직한 진정성을 가지는 이유는 파울로 코엘료라는 작가의 실제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정신병원에 수용되기도 하고, 히피 문화를 쫓아 전 세계를 떠돌며 숱한 방황을 거듭했던 그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나서야 ‘글을 쓰겠다’는 자신의 진짜 꿈을 마주했다고 한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신의 ‘자아의 신화(personal legend.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를 기어코 완성해 낸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이 바탕이 되었기에, 소설 속 산티아고의 불안과 깨달음이 내게도 선명하게 와닿았던 것 같다.

파울로코앨료 작가의 프로필사진
파울로 코엘료 / 출처: 나무위키

익숙한 양 떼를 버리고 낯선 사막으로 향할 용기

산티아고는 꽤 훌륭한 양치기였다. 양들과 교감할 줄 알았고, 책을 읽을 줄 알았으며, 익숙한 들판을 거닐며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에서 들려오는 ‘자아의 신화(자신이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를 찾기 위해 그 모든 안정을 버리고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여행길에 오른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묵묵히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늘 새로운 꿈을 꾸지만, 실패했을 때 잃게 될 지금의 안정감(내게는 익숙한 양 떼)이 두려워 애써 모른 척하며 살아간다.

두려움을 안고 기꺼이 양 떼를 판 산티아고의 결단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내가 쥐고 있는 익숙함을 놓아야만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마크툽(Maktub), 모든 시련은 이미 기록된 여정의 일부

사막으로 향한 산티아고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전 재산을 사기당해 빈털터리가 되기도 하고, 오아시스에서 사랑하는 여인 파티마를 만나 안주하고 싶은 유혹에 흔들리기도 하며, 목숨을 잃을 뻔한 전쟁의 위협도 겪는다.

하지만 소설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마크툽(이미 기록되어 있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이라는 단어는 이 모든 좌절조차도 결국 보물을 찾기 위한 징조이자 과정임을 알려준다.

크리스털 상인 밑에서 그릇을 닦으며 보낸 1년의 시간도, 사막의 도둑들에게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긴 순간도 실패가 아니라 여정의 일부였다는 것.

이 깨달음은 지금 당장 내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조급해하는 내 마음에 작은 평온과 위안을 가져다준다.

보물은 가장 가까운 곳에, 하지만 여행을 떠나본 자만이 알 수 있는 것

갖은 고생 끝에 피라미드에 도착하지만, 역설적으로 산티아고가 그토록 찾던 물리적인 보물은 그가 처음 양을 치며 잠들었던 스페인 고향의 낡은 교회 터 아래에 숨겨져 있었다.

어찌 보면 굉장히 허무한 결말일 수 있다. 가만히 있었어도 보물은 그 자리에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 결말이야말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눈부신 메시지라고 느꼈다.

만약 산티아고가 사막을 건너며 도둑을 만나지 않고, 크리스털 상점과 오아시스를 거치며 연금술을 깨우치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설령 발밑에 보물이 있었다 한들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그를 성장시킨 것은 결과물로서의 보물이 아니라, 그 보물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흘린 땀방울과 수많은 경험이라는 사실이 내 마음을 두드렸다.

현실의 장벽 앞에서 멈춰 서 있는 사람이라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타인의 속도와 비교하며 내 꿈이 너무 허황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드는 날, 이 책을 조용히 펼쳐보기를 권한다. 당신이 겪고 있는 지금의 방황과 실패 역시, 당신만의 보물을 찾기 위해 온 우주가 돕고 있는 위대한 과정임을 깨닫게 될 수도.

파울로코엘료 연금술사 북커버 디자인
출처: 교보문고

이 책을 위한 새로운 추천사

인생은 누구의 것이든 단 한 차례 지구로 떠나온 여행이다. 충분히 떠나고 충분히 겪고 충분히 느낄 필요가 있고 또 충분히 얻을 필요가 있다. 그런점에서 나는 연금술사 작가의 여정을 지지하며 그가 얻은 영혼의 성공을 찬양한다. 눈치 볼 일이 아니고 남을 따라서 살 일이 아니다. 순간마다 자기에게 허락된 지상의 길을 더듬더듬 헤매어 가는 사람의 종국은 끝내 별에 이르는 길이 되고야 말 것이다. – 나태주(시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도 잘 알려진 이 책은 길 위의 인간 모두가 연금술사의 소명을 받았음을 시사해줍니다. 매일이라는 사막을 걷고 또 걸으며 진리를 찾는 순례자. 도착하기 위해 떠나고 발견하기 위해 방황하는 나그네의 영성으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도 어느새 내면에 별을 밝힌 또 하나의 산티아고가 되는 기쁨을 맛볼 것입니다. – 이해인 수녀(시인)

산티아고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보물은 결국 내가 출발했던 바로 그 자리에 있었지만, 
기꺼이 낯선 사막을 건너본 사람만이 그 반짝임을 알아볼 수 있다.

자아를 찾아가는 산티아고의 여정에 마음이 움직였다면, 반대편에는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위에서 호랑이와 단둘이 표류하며 삶과 믿음의 본질을 찾아낸 또 다른 경이로운 생존기도 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경이로운 바다 위 모험이 궁금하다면 👉 [라이프 오브 파이: 절망의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한 위대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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