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괴물: 리지 보든 편 리뷰 | 실화·연출·혹평 총정리

134년째 못 찾은 범인, 그리고 그걸 지어낸 드라마 : <몬스터: 리지 보든 이야기> 리뷰

넷플릭스 앤솔로지 ‘몬스터’가 다머, 메넨데스 형제, 에드 게인에 이어 네 번째로 고른 인물은 남성 연쇄살인범이 아니다. 1892년 매사추세츠주 폴리버에서 아버지와 계모를 도끼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무죄로 풀려난 여성, 리지 보든이다. 시리즈 최초로 여성 ‘몬스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공개 직후 반응은 이전 시즌들보다 훨씬 차갑다.

기본 정보

제목: 몬스터: 리지 보든 이야기 (Monster: The Lizzie Borden Story)
공개: 2026년 9월 17일, 넷플릭스, 8부작
제작: 라이언 머피, 이안 브레넌
주요 출연: 엘라 비티(리지 보든), 비키 크립스(브리짓 설리번), 레베카 홀(애비 보든), 찰리 허넘(앤드루 보든), 빌리 로드(엠마 보든), 제시카 바든(낸스 오닐)
로튼토마토: 평단 50%, 관객 26~29%대 (공개 직후 기준, 유동적)

실화 검증 — 134년째 열려 있는 사건

1892년 8월, 앤드루 보든과 그의 아내 애비 보든이 집에서 도끼로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32세였던 딸 리지 보든이 용의자로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몇 달간의 재판 끝에 무죄 평결을 받았다. 진범이 누구인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아, 이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드라마 제목이 ‘몬스터’이긴 해도, 정작 실제 역사는 리지 보든을 범인이라고 단정한 적이 없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드라마는 이 공백을 적극적으로 채워 넣는다. 하녀 브리짓 설리번(극 중 애칭 매기)과 리지 사이의 친밀한 관계를 서사의 중심에 놓고, 계모 애비의 잔혹 행위가 리지를 극단으로 몰아넣었다는 동기를 새로 구성했다. 계획 범죄로 몰아가는 전개, 혈액을 뒤집어쓰는 백작부인 같은 초현실적 이미지까지 상당 부분이 순수한 창작이다. 실제 사건의 여백을 메우는 각색 자체는 이 시리즈의 오랜 전략이지만, 이번엔 “굳이 다시 쓸 필요 없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비판이 유독 많았다.

연출과 캐스팅 — 앤솔로지다운 영리한 연결고리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캐스팅의 자기 참조다. 전 시즌에서 살인마 에드 게인을 연기했던 찰리 허넘이 이번엔 도끼의 반대편, 즉 살해당하는 아버지 역할로 돌아왔다. 시리즈 말미에는 사라 폴슨이 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로 깜짝 등장해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데, 공교롭게도 워노스는 2003년 샤를리즈 테론에게 오스카를 안긴 영화 <몬스터>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앤솔로지 시리즈로서 자기 브랜드를 스스로 인용하는 셈이다.

연출은 핏빛 이미지를 시각적 모티프로 집요하게 반복한다. 리지의 피, 살해당한 부모의 피, 목욕물처럼 피를 뒤집어쓰는 상징적 장면까지. 스타일리시한 비주얼과 화려한 앙상블 연기는 호평받았지만, 바로 그 스타일이 실제 살인 사건을 지나치게 심미화한다는 비판과 맞물렸다.

공개 직후 갈린 반응

로튼토마토 기준 평단 점수는 50%, 관객 점수는 30% 안팎으로 이전 시즌들과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다머 편이 평단 57%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는 폭발적인 반응(86%)을 얻었던 것과 정반대로, 이번엔 평단과 관객이 나란히 등을 돌렸다. 비판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극적 재미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역사적 허구를 끼워 넣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여성의 분노와 복수라는 주제를 다루려 한 시도가 새로운 통찰 없이 20여 년 전 다른 작품들이 이미 했던 이야기를 반복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평자는 사실관계보다 스타일 자체를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하며 엘라 비티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총평

<몬스터: 리지 보든 이야기>는 앤솔로지 시리즈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드러낸 시즌이다. 매 시즌 다른 시대, 다른 인물을 통해 ‘괴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반복해온 이 시리즈가, 이번엔 정작 진범조차 밝혀지지 않은 사건에 너무 확신에 찬 답을 지어내려 한 게 패착으로 보인다. 실제 역사가 침묵하는 지점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것과, 그 침묵 자체가 이야기라는 걸 놓치는 것은 다르다. 이번 시즌은 후자에 가까웠다는 게 지금까지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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